• 최종편집 2024-06-14(금)
 

*  21일 한상현(경남도의원)의 입장문 전문 

 

<동료의원을 폭행하고 협박한 도의원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를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동료의원 여러분!

오늘 저는 정말 오랜 고민과 어려운 결심 끝에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상남도 도의회 64명의 의원 중 4명에 불과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고 단 3명뿐인 여성 도의원이기도 합니다. 또한 나이로 봐도 가장 어린 나이 쪽에 속하는 소수 중의 소수 의원입니다.


저는 더 바르고 건강한 경남도를 위해 저와 같은 상대적 약자들의 목소리도 경남도의회에 전달해야 할 소명을 부여받은 공직자이기도 합니다.

도의원은 도민에게 위임받은 일을 하는 공직자이므로, 그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어떤 위압을 행사해서도 안 되고, 공포심을 자극하는 행동을 해서도 안 되며, 반복과 관행으로 점철된 고정관념을 함부로 작동시켜도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인내심과 동시에 꼭 필요한 용기도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너무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경험이자 불미스러운 사건이지만,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사건을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정치적 대립이나 개인 간의 말다툼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힘에 의한 물리적 폭력과 이후의 협박이 핵심이고, 이는 어떤 맥락에서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2024년 4월 17일은 경남도의회 기회행정위원회 상임위원회 회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1주일 전 총선에서 전국적으로는 민주당의 승리가 확정되었으나, 경부울 지역에서는 정반대로 민주당 최악의 패배를 기록하였고, 모 의원은 이를 조롱하며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전라도 어투를 이용하여 “전라도에서 왔어요?”란 말을 만날 때마다 일부러 섞어 쓰는 것은 특정 지역과 정당을 비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저는 선거 결과로 인해 다소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여 있었지만, 그러한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대한민국 정치의 숙제였던 지역갈등 문제가 다시 심해진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뼈아픈 현실이었습니다. 파랑-빨강으로 동서 양분된 지도보다 ‘동료의원의 적대적 말투’ 속에서 그 현실을 더 체감해야 했습니다.


저는 상임위에서 조롱을 그만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였고, 갈등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오찬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후 일정으로 동승하게 된 버스에서도 지역 비하, 정당 비하를 겸한 조롱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후 일정의 목적지로 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급기야 폭행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약간의 농담과 진담이 섞인 대화 속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의 감정을 긁거나 거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육체적 접촉을 전제로 하는 물리적 폭행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이 공존하는 좁은 공간에서 크고 작은 입장 차이로 상대의 감정을 자극했다면, 그 대화에 참여한 저 또한 신중하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해 해당 의원님께 사과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백 번을 다시 생각해도 그것이 동료에 대한 폭행과 협박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비아냥거리는 언행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에 대하여 폭력과 위압으로 일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합당하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날 케이블카에서 해당 의원은 제 손목을 반대 방향으로 꺾었고, 제가 당황하여 반대로 빼내려는 순간 어깨에서 투두둑 소리가 들릴 정도의 강한 힘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고통스러워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고, 많은 동료의원과 직원들이 이를 목격하였습니다.

그날 시간이 늦어 진통제를 먹으며 겨우 밤을 보냈고, 다음 날 병원에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통증과 붓기가 가시지 않아 다시 다른 병원을 찾은 결과, 인대 두 곳이 늘어나 약 2달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폭행 사건 이후 더 심해졌습니다.

사과는커녕 더 심한 괴롭힘이 있었습니다.


폭행 사건 이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상해행위에 대해 “맞을 만해서 그랬다”는 말로 그 귀책 사유를 저에게 돌리며 큰 모욕과 협박을 하였습니다.


당일 이후에도 “당장 형사 고소하지 않으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라며 더 큰 공포심을 주고 고압적인 언행들을 보였습니다. 이는 통화기록과 다수의 메시지 캡처 외에도 저의 가족들이 증인입니다. 아울러 주변에 ‘한 의원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라는 말을 포함하여 사실관계를 뒤집은 허위 정보를 유포하였습니다.


그가 저보다 연장자라는 점, 경남도 내 다수당 소속 의원이라는 점, 그리고 제가 후배이자 초선 여성의원이라는 점이 위와 같은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언행들에 대해 ‘길들여지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정을 거스를 수 있는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는 관계로 영원히 고착되어 버리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즉 제가 ‘남성’이고 ‘국민의 힘 의원’이며 청년의원이 ‘아니었다면’,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였더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된 그분의 언행들은 스스로의 마음에 깊이 고착화 되어버린 저 한상현과의 관계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표출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느낀 점이 있습니다. 반복된 전라도 사투리 외에도 평소에 장난을 빙자한 비아냥을 정중한 중단 요청과 무시로서만 대응했던 제 안이함이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크게 자책감마저 느낍니다.

도의원으로서 좌절감, 모멸감, 반복이라는 수단과 이를 수용하는 듯했던 저 스스로에 대한 분노 또한 제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는 더 이상 조용히 이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정식 고소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혹자는 왜 사건 후 1달이 지나서야 공론화하냐고 질문합니다.

 

도민 여러분, 동료의원 여러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약 2년간 저는 4명밖에 되지 않는 소수당 소속 의원으로, 다수당 의원들의 대화에서 차별과 소외와 비아냥을 느껴도 정치인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여 감수해 왔습니다. 심지어 전국 최저 여성의원 비율을 기록한, 여성의원이 단 3명뿐인 남성 위주의 도의회에서, 여성 비하와 성희롱을 넘나드는 발언들이 숱하게 있어도 곧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습니다.


단기간에 가치관 차이를 바꿀 힘이 없고, 섣부른 항의나 분노 표시는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도 저를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언론에 알리거나 법적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의회 내에서, 동료들과의 문제 공유로 이 상황을 풀고 싶었습니다. 상대 당이긴 하지만 국민의 힘에도 좋은 의원님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의 협치를 위해서도 원만한 해결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부의장님 및 원내 대표님들께 요청하였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랐지만, 1달이 지나도 그 해답은 보이지 않았으며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내 편 챙기기로 인해 오히려 상처는 더 깊어졌습니다.

 

또 일부 의원이긴 하지만, ‘한 의원이 참아야 한다’ ‘한 의원도 잘못하지 않았냐’ 등의 2차 가해를 계속하였고, 당사자의 협박과 적반하장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더 이상의 인내는 무의미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민 여러분, 동료의원 여러분!

 

이 사건을 공개하고 고소를 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망설였습니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해서 불철주야 도민들을 위해 애쓰는 훌륭한 동료의원님들께 누를 끼치는 것을 결단코 원하지 않으며, 경남을 위한 협력과 노력 역시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일이기에 개인적 차원을 넘어 행동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당 대 정당, 의원 대 의원, 개인 대 개인의 관계가 바르고 건전해야만 경남의 정치도, 대한민국의 정치도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나 내 편 챙기기 관례로 인해 ‘폭행과 협박’을 묵인하는 일이 더 이상 우리 경남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경남도민 여러분!

이런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신중하게, 더 성숙한 자세로 노력하여 도민께 희망을 드리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경남도의회 구성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도민의 대표기관인 경남도의회는 그 어떤 기관보다 더 정확한 법률적이고 윤리적인 행위를 하고 판단해야 할 기관입니다.

잘못된 일은 덮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 고쳐서 바르게 가는 것이 우리 경남도의회가 경남도민께 사랑받고 신뢰받는 길임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성별과 정당을 떠나 동료 대 동료로서만 판단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이는 과거-현재-미래의 경남 여성 정치인 그리고 소수파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담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디 많은 관심 가져 주십시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경남도의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불의에 수긍하지 않는 의회로 다시 태어나길 바랍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5. 21. 경남도의원 한 상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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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한상현 경남도의원 동료의원 폭행 사건에 대한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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